자연 속 낭만 영화관을 짓다
자연 속 낭만 영화관을 짓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1.20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성 배꽃집
▲ 전경.

[나무신문] 안성 배꽃집은 홈시어터 마니아인 건축주의 이상에서 시작됐다. 건축주는 안성 시내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시골동네에 대지를 마련했다. 그리고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갈 부부와 자녀, 지척에 사는 아이의 외할머니를 위한 특별한 설계를 진행했다. 외부로 넓게 나 있는 폴딩창을 통해 보이는 배밭 풍경은 그야말로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따로 없다.    <편집자 주> 

건축정보
대지위치: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대지면적: 507.00㎡(153.37평)
건물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187.94㎡(56.85평)
연 면 적: 211.71㎡(64.04평)
건 폐 율: 37.07%
용 적 률: 41.76%
주차대수: 2대
최고높이: 7.65m
공    법: 기초-철근 콘크리트 줄기초
          지상-철근콘크리트
구 조 재: 벽-철근콘크리트
         지붕-철근콘크리트
지 붕 재: 징크
단 열 재: 비드법단열재 2종 3종 120㎜
외 벽 재: ㈜로그인터네셔널 돌타일, 스터코 마감
창 호 재: LG창호 72㎜ PVC 이중창호
시    공: 라이프건축
설    계: 스노우에이드 031-8016-6058 www.snowaide.com 

자재정보
내벽 마감재 : 삼화페인트  
바닥재 : 이건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벨라 세라믹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대림요업
주방 가구 : 제작가구 일팔공디자인 경면 및 패트 
조명 : 명진조명
현관문 : 메리트도어
아트월 : 벨라 세라믹 수입타일
붙박이장 : 제작가구 일팔공디자인 경면 및 패트, 브론즈

소통을 통한 만남

건축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예비 건축주와 소통하고자 하는 건축가가 점차 늘고 있다. 이에 예비 건축주가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건축가의 강의를 듣는 인터넷 모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안성 배꽃집의 인연은 해당 인터넷 모임에서 이뤄졌다. 2014년 여름 건축주와 인연을 맺고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노우에이드(SnowAide) 박호현·김현주 소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 배밭에서 본 외관.

“예전에는 건축이라는 분야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먼 것으로 인식됐다면, 요즘은 건축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건축가들 역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편입니다. 이를 위해 한 인터넷 모임에서 건축가들 몇 명에게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죠. 직접 예비 건축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강연을 진행하게 됐고, 단독주택을 짓고자 했던 안성 배꽃집의 건축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단독주택 생활을 꿈꿔온 건축주는 아내의 고향과 가까운 지역에 507.00㎡(153.37평) 규모의 대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좁은 길로 진입해야 하는 전형적인 시골 동네였지만, 동쪽으로는 배나무 밭을 마주하고 있어 최적의 장소였다고. 

▲ 마당에서 본 외관.

건축주의 꿈을 실현한 홈시어터룸

▲ 메인홀.

건축주가 특별히 요구한 사항 중 하나는 ‘홈시어터룸’이었다. 박호현·김현주 소장은 반 지하로 계획한 홈시어터룸이 최소 5m의 폭과 7m 길이의 공간을 확보해야 할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고 설명한다. 

“최소의 창이 필요한 홈시어터 공간을 기존 대지 높이에 배치해 반 지하로 만들고, 진입도로와 나란히 둬 도로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남쪽으로는 선큰 데크를 두고 작은 채광과 환기창을 만들어 습기가 차지 않고 공기가 순환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획했죠. 현재 홈시어터룸은 영화 감상뿐 아니라 독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건축주의 다양한 취미 생활 장소로 애용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홈시어터룸은 주택 내부 중 하이라이트 장소로 꼽히고 있다. 스피커 배치 간격 등 디테일한 요구 사항을 정리해 박호현·김현주 소장에게 넘겨줬을 정도로 꼼꼼한 건축주의 성격도 홈시어터룸의 완성도에 한몫했다. 

큰 드레스룸을 만들어달라는 아내의 요청에 따라, 안방은 침대만 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넓이로 배치하고 워크인(Walk-in Closet) 옷장을 설치했다. 또한 처음 설계 시에는 별도의 거실을 배치하지 않았으나, 훗날 2층에 조그마한 가족실을 만들어 공용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이 밖에 안방에 놓인 욕실은 욕조에 별다른 칸막이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박호현·김현주 소장이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하는 부분이다. 

▲ 다이닝 공간.
▲ 다락에서 본 내부

“주거공간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는 최소 동선으로 편리함을 추구하는 반면 단독주택은 동선이 길어도 많이 움직이고, 보고, 경험할 수 있죠. 실제 대다수 건축주가 일상의 건조함에서 벗어나 다이나믹하게 생활하고 싶어 합니다. 칸막이가 없는 욕실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죠. 아파트에서의 욕실은 그저 볼일을 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단독주택에서는 자유로이 휴식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이 가능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오픈된 느낌에 당황해하다, 후에는 저희 의견을 많이 따라주시는 편입니다.”

실제 스노우에이드에서 진행한 대다수의 주택 프로젝트에서는 욕실에 큰 창을 둬 채광과 통풍이 잘되도록 돕는 등 개방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곰팡이와 습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건축주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 가족실에서 본 메인홀과 남쪽 데크.
▲ 가족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집 안에 들이다 

▲ 2층 복도.

‘계절이 바뀌는 것을 내부에서 볼 수 있도록 권한다’는 박호현·김현주 소장의 바람을 담아 식당에는 폴딩창을 설치해 언제나 배밭 풍경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주방과 식당은 3단의 높이차가 있어 주방 아일랜드에서 조리를 하면 반대편 식당 쪽에서 방석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고루 고려한 결과물이다. 

“주택 설계 시 다양한 높이의 공간을 계획하는 까닭은 주택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이러한 곳에서 자란 아이가 창의력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면 공간이 3갈래로 나뉘는데, 그중 가장 가까운 곳은 외할머니의 방으로 현관에서 왼편으로 돌아들어 가도록 돼 있어 쉬운 출입과 함께 사생활도 보호받을 수 있다.

▲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과 2층 복도.

2층 오른편에는 아이 방을 계획했는데, 다락이 있는 방을 원했던 자녀를 위해 사다리와 다락을 구성하고 남쪽으로는 내벽 상부를 유리로 처리해 빛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아이 방 건너편에 있는 홈시어터룸 상부는 외부 데크로 만들어 가족의 바비큐장으로 활용 중이다.

*

박호현·김현주 소장은 단독주택의 흐름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건축주들의 연령층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건축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전세금을 가지고 아이를 위한 주택을 짓고자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죠. 오랜 기간 머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자녀가 성인이 된 후의 공간을 배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예산에 쫓겨 넉넉지 않은 설계를 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10년, 2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보금자리를 지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홍예지 기자 hong@imwood.co.kr
사진 = 석정민 작가

 

건축가 소개 | 스노우에이드(SnowAide) 박호현·김현주 소장 

네덜란드 건축사인 박호현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와 컬럼비아 대학 건축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국립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현주는 건국대학교와 런던 첼시 예술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현재 스노우에이드는 주거 및 상업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부터 주택, 상업시설의 건축설계까지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0년 시카고 아테나움 국제 건축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 홈시어터룸.
▲ 홈시어터룸.
▲ 안방 욕실.